많은 스타트업에게 나스닥(NASDAQ)은 꿈의 무대입니다. 하지만 모든 기업에게 나스닥이 최적의 선택은 아닐 수 있습니다.
세계 최대 규모의 유동성과 대규모 자금 조달이 가능하고, 더 높은 기업가치를 평가받을 수 있는 장점들이 있지만, 수 년의 준비기간, 높은 상장 및 유지 비용, 주가 및 거래량 부진 시 퇴출 리스크 등 현실적인 장벽은 존재합니다. 또한 기업의 특성, 해외 진출 전략, 국가별 정책 및 규제에 따라 상장하기에 최적의 시장은 각기 다를 수 있습니다.
앤디스파트너스는 나스닥 외에 기업들에게 매력적인 상장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는 시장을 공유하려고 하며, 오늘은 첫번째 시장으로 일본을 살펴보겠습니다. 일본은 글로벌 스타트업들에게 빠른 IPO를 통한 자본 조달 기회를 제공하고 있는데, 기업들이 전략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기회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일본 : 낮은 IPO 진입장벽, 높은 Exit 기회
일본 IPO 시장은 스타트업의 빠른 성장을 지원하는 구조로 재편되었습니다. 특히, 지난 10년간 벤처 투자 규모가 연평균 25% 이상 성장하면서 기업들이 더 큰 자본을 조달할 수 있게 되었죠. 이에 따라 상장 기회가 확대되고 있고, 일본 거래소에 상장된 기업 수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습니다.
2020년 기준으로 일본은 GDP 대비 VC 투자 규모가 0.04% 규모로 전체 OECD 국가 중 하위권 수준에 머물러 있었습니다(미국 0.8%, 한국 0.24%). 이에 일본 정부는 2022년을 ‘스타트업 창출의 원년’으로 잡고 스타트업을 국가 성장동력으로 만들겠다고 선언했는데요, 2027년까지 스타트업 투자를 8,200억엔(2021년)에서 10조엔으로 늘려 스타트업 10만개, 유니콘 기업 100개 육성을 목표로 하고 있어 기대감이 커지고 있습니다.
2013년 이후 일본의 스타트업 투자 건수는 2배로 증가한 반면 투자 금액은 10배로 늘어났는데, 거래당 평균 투자 금액이 약 5배 증가한 셈입니다. 이는 일본 스타트업들이 이전보다 더 큰 기회를 포착하고, 더 큰 규모의 비즈니스를 성장시킬 수 있는 충분한 자본을 확보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2023년 뉴욕증권거래소(NYSE)와 나스닥(NASDAQ)에 신규 상장된 기업 수가 각각 21건, 98건이었습니다. 이에 반해 같은 해 TSE(Tokyo Stock Exchange) IPO 건수는 124개로 전년 대비 11% 증가했고, 이 중에서 스타트업은 49개가 있었습니다.
2024년 9월 기준 일본 TSE에 상장된 기업 수는 총 3,951개이며, 지난 10년간 매년 새로운 기업들이 꾸준히 TSE에 상장되고 있습니다. 글로벌 IPO 호황시기인 2021년과 대비해 2023년의 글로벌 IPO 건수가 61% 감소할 때 일본은 고작 8% 감소하기도 했습니다.
글로벌 IPO 시장이 침체된 가운데, 일본 TSE는 비교적 안정적인 상장 기업 증가세를 유지하며 지속적인 성장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2022년 일본거래소그룹(JPX)은 60여 년 만에 증시 시스템을 대폭 개편했는데, 기존의 5개 시장 구조를 Prime(시가총액 100억엔 이상의 대형주), Standard(시가총액 10억엔 내외의 중형주), Growth(소형 성장주) 등 3개 시장으로 나누었습니다. 스타트업 IPO 자격요건을 완화한 시장을 따로 운영하면서 벤처캐피탈의 투자금 회수(Exit) 가능성이 높아 투자자의 참여도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코스닥과 코넥스의 중간 정도인 마더스(현 Growth 시장) 상장사의 기업가치는 시초가 중간값 기준 약 1,000억원 수준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일본 스타트업들은 주로 시리즈 B 또는 C 라운드의 비교적 이른 단계에서 상장하는 경향이 있었는데, 이는 글로벌 거래소와 대비해서 초기 단계 IPO에 유리한 환경을 제공했기 때문입니다.
또한 일본은 IPO 외에 M&A도 매년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는데, 최근에는 규모가 작은 스타트업이 상장을 위해 대기업의 자회사가 되었다가, 대기업의 인프라를 활용해 충분히 성장한 후 IPO를 추진하는 ‘스윙 바이 IPO(Swing by IPO)'* 모델이 나오고 있습니다. 전통적인 M&A 와 IPO 방식을 결합한 새로운 전략이죠.
*Swing-by(스윙바이)는 우주 탐사에서 사용되는 용어로, 우주선이 행성의 중력을 이용해 가속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대표적으로 일본의 주요 통신사 KDDI는 스타트업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는데요, 2017년에 인수한 IoT에 특화된 MVNO 스타트업 SORACOM은 “Swing-by IPO”를 통해 올해 3월 도쿄증권거래소 Growth 마켓에 성공적으로 상장했습니다. 올해 4월에는 일본어 특화 생성형 AI 스타트업 ELYZA를 인수했는데 이 기업도 KDDI의 지원 하에 성장하면서 향후 “Swing by IPO” 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올해 초 일본 도쿄 증시 시가총액이 3년 반 만에 중국 상하이증시(SSE)를 제치고 세계 4위에 오르기도 했는데, 일본 경제 펀더멘탈 개선으로 외국인 자금이 대거 유입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일본 증시는 지난 2월에만 외국인 투자자들의 주식 거래 비중이 70%에 육박했는데요, 주주가치를 끌어올리기 위한 일본 정부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이 외국인 투자가들 사이에서도 큰 호응을 불러일으켰고, 일본 증시 대표지수인 닛케이225 평균주가(닛케이지수)도 올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또 기업들은 상장 유지를 위해서 순수 유동주식 비율을 35% 이상 유지해야 하는데(대주주 등 주요 주주 지분 제외), 이는 주식시장의 유동성을 증대시키고, 일반 주주의 참여를 확대하여 기업들이 기업 가치를 높이기 위한 동력으로 작용하고 있기도 합니다.
일본 TSE 에 상장된 해외 기업
TSE는 외국 기업의 상장을 적극적으로 장려하고 있습니다. 2024년 9월 기준으로 TSE에 상장된 3,952개의 기업 중 해외 기업은 총 6개이며, Growth 시장에는 미국, 싱가포르에 본사를 둔 해외 기업 3개가 상장되어 있습니다.
이게 전부는 아닙니다. 이 외에도 'Companies with Links to Foreign Countries', 즉 TSE에 상장된 기업 중 외국과 연관된 기업은 2011년 이후 총 24개로 집계되고 있습니다.
이들은 일본 외 국가에 등록된 기업(4개), 해외에서 일본으로 본사를 이전(Flip) 한 기업(8개), 비일본인 CEO를 보유한 기업(10개), 그리고 해외 기업의 일본 자회사를 보유한 기업(2개)으로 분류됩니다.
여기에는 대만 최초의 AI 유니콘 Appier(애피어)부터 우주쓰레기 처리 전문기업 Astroscale(아스트로스케일), 싱가포르 비즈니스 공급망 기업 AnyMind Group(애니마인드 그룹) 등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가장 최근 상장한 Liberaware(리베라웨어)는 일본 산업용 드론 분야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기업인데요, 대표이사가 치바대학 연구원 출신의 한국인(민홍규 CEO) 입니다.
최근 한국의 생성 AI 솔루션 올거나이즈(Allganize)도 Series B 투자 유치 이후 본사를 미국 휴스턴에서 도쿄로 이전하면서 2025년 도쿄 거래소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발표한 바 있었죠.
2021년부터 현재까지 Growth 시장 상장 기업 10개사의 설립부터 상장까지의 소요기간 중간 값은 9년인데요, 한국 코스닥 상장사 평균 소요간(14.3년, 2019년 기준) 보다 비교적 빠르다고 볼 수 있습니다.
또한 일본 TSE Growth 마켓은 형식적 요건으로는 매출이 없고 적자 기업이더라도 상장이 가능합니다.
해외기업에 대한 상장 심사 절차는 통상적으로 약 4~5개월이며, 상장 준비부터 신규 상장까지 전체 기간은 기업마다 상이하지만 약 6개월에서 1년이 소요됩니다.
일본 상장을 위해 본사 이전은 필수는 아닌데요, 해외 기업들은 일본 상장을 위해 아래 세가지 방법을 고려해볼 수 있습니다:
일본 TSE에 상장된 국내 대기업 중에는 대표적으로 넥슨(Nexon)이 있습니다. 2011년 12월 상장 시 시가총액 8조원(현재 약 20조원)을 기록하며 성공적으로 상장을 했는데요, 2002년 12월에 설립한 일본 지사를 2005년 넥슨 모회사로 바꾸면서 한국 넥슨은 넥슨 일본법인의 자회사가 됐습니다.
일본을 선택한 이유로는 발달된 게임 문화 뿐만 아니라, "국제적인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세계 시장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전략적 판단도 있었습니다. 특히, 일본 시장은 지리적으로 가까울 뿐만 아니라 기업가치를 높게 평가받을 가능성이 컸고, 콘솔(게임 전용기) 중심의 시장에서 온라인 게임으로 전환되던 변곡점에 있었던 점도 주요 요인으로 작용했습니다.
*참고기사: [게임황제 김정주]⑥ 넥슨은 왜 일본에서 상장했나
한국 스타트업들에게는 최근 떠오르는 K-콘텐츠, K-뷰티부터 AI, SaaS, 핀테크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일본 시장을 공략할 기회가 많습니다. 일본 진출과 함께 일본 상장도 충분히 매력적인 선택지가 될 수 있죠.
현지에서 비즈니스를 확장하면서 자본을 유치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하니, 일본은 글로벌 성장을 꿈꾸는 스타트업에게 충분히 눈여겨볼 만한 시장입니다.
각국의 증시 환경과 기업의 성장 전략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은 다양합니다.
일본은 스타트업들이 비교적 완화된 상장 요건을 바탕으로 신속하게 IPO를 통해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와 더불어 20여년 이상 저성장과 침체를 보이던 일본 증시의 회복세 덕분에 많은 테크 기업들이 TSE Growth 마켓 상장을 적극적으로 고려하고 있습니다.
특히, 일본 정부가 경제 활성화를 목표로 스타트업 지원을 강화하고 있는 만큼, 일본 내에서 사업을 운영하거나 진출을 계획하고 있는 기업, 또는 일본 상장사나 VC로부터 투자를 받은 스타트업에게 일본 시장은 충분히 매력적인 상장 옵션이 될 수 있습니다. 한국과 물리적으로 가깝고 문화가 비슷한 점도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겠죠.
앤디스파트너스는 스타트업 트렌드와 글로벌 매크로 마켓에 대한 깊은 인사이트와 해외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국내 스타트업들이 일본을 포함해 글로벌 무대에서 전략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함께 발굴하고 지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