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웹툰엔터테인먼트(NASDAQ: WBTN)가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상장한 이후 K-바이오, K-엔터, K-트래블 등 글로벌을 꿈꾸는 국내 기업들이 잇따라 미국 상장을 검토하고 있다는 기사들을 접하고 있습니다.
토스 운영사 비바리퍼블리카도 한국에서 10조원이 넘는 기업가치를 온전히 인정받기 힘들다고 판단해 국내 상장 계획을 철회하고 미국행을 택했죠.
미국행을 택하는 건 한국 기업만의 일은 아닌데요, 지난 글에서 봤듯이 전 세계의 많은 기업들이 자국 주식시장 대신 미국 증시에 상장하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동시에 기업의 전략적 방향에 따라 나스닥이 아닌 일본, 인도 등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시장에서도 많은 기회들이 열리고 있습니다.
마침 CB Insights에서 향후 12~18개월 내에 상장 가능성이 높은 테크 기업 리스트를 발표했습니다. 이 중 역외 IPO, 그리고 미국 상장을 준비하는 회사들은 어디가 있는지 앤디스파트너스가 한 번 찾아봤습니다.
CB Insights가 선정한 Next Tech IPO 후보는?
우선 CB 인사이트에서 발표한 2024 Tech IPO Pipeline에 포함된 벤처투자를 받은 257개의 테크 기업들을 먼저 살펴보겠습니다.
지리적으로 봤을 때 잠재 IPO 후보 기업 중 미국이 153개로 약 60%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Stripe(최근 기업가치 700억 달러)*, Databricks(최근 기업가치 430억 달러), Chime(최근 기업가치 53억 달러) 등 미국의 대표적인 테크 기업들이 리스트에 포함되어 있습니다.
*Stripe의 경우 이커머스와 디지털 결제 시장 호황에 따라 2021년 투자유치 당시에 무려 950억 달러(약 109조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습니다. 그러다 2023년에 투자심리 위축으로 직전보다 47%나 낮춘 500억 달러로 자금을 조달했었는데, 올해 공개 매수에서 다시 700억 달러로 회복하면서 상장 전에 기업가치를 조금 더 끌어올리려는 것으로 보여진다는 의견이 있습니다.
미국 다음으로는 인도(31개), 영국(9개), 캐나다(7개), 프랑스(7개), 중국(6개) 순으로 기업들이 잠재 IPO 유망기업으로 뽑혔는데요, 한국의 경우 야놀자가 유일하게 포함되어 있습니다.
전체 257개 기업 중 절반 이상이 10억~50억 달러 사이 기업가치를 인정받고 있습니다.
10억~30억 달러 사이가 가장 많은 비중(38%)을 차지하고 있는데요, 인도네시아 대표 여행 플랫폼 Traveloka(최근 기업가치 30억 달러), 영국 인터넷 은행 Starling Bank(최근 기업가치 27억 달러), 미국 로보어드바이저 Acorn(최근 기업가치 19억 달러) 등이 이 구간에 해당됩니다.
산업별로 살펴보면, 산업재(Industrials) 와 소비재 및 유통(Consumer & Retail) 기업들이 가장 많은 자금을 조달했고, 기업가치 중간값 기준으로는 헬스케어 및 생명과학(Healthcare & Life Sciences) 산업이 40억 달러로 가장 높은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역외 상장을 계획하는 글로벌 테크 기업들
다음은 미국을 제외한 나머지 12개국의 기업만 따로 살펴보았는데요, 이들이 어디서 IPO 를 준비하고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회사 별로 기사와 인터뷰를 검색해보았습니다.
그 중 상장 계획을 공개적으로 발표한 38개 기업들을 살펴보았고, 대략 반은 해외 상장(21개), 나머지(17개) 자국 증시를 고려하고 있습니다. 글 후반부에 나오겠지만, 자국 증시 상장을 계획 중인 기업 대부분이 인도 기업입니다.
The London stock exchange “is much less liquid so I just don’t see the point” (런던 증권거래소는 유동성이 훨씬 낮아서 굳이 상장할 필요성을 못 느낀다)
Nikolay Storonsky, Co-founder & CEO at Revolut
저희가 확인한 바에 의하면 해외 IPO를 준비하는 기업들은 중국, 그리고 에스토니아 기업을 제외하고 사실상 모두 미국 상장을 고려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는 영국의 대표 핀테크 기업 Revolut(레볼루트), 호주의 디자인 도구 플랫폼 Canva(칸바), 스웨덴의 BNPL(후불결제) 핀테크 기업 Klarna(클라르나) 등이 1-2년 이내에 나스닥(NASDAQ) 또는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상장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역외 상장을 검토하고 있는 기업들 총 21개 중 7개 기업이 금융 서비스(Financial Services) 분야, 6개 기업이 소비재 및 유통(Consumer & Retail) 산업으로, 크로스보더(Cross-border) 서비스, 또는 Country-agnostic(특정 국가에 구애받지 않는) 서비스 중심으로 글로벌 사업을 영위하는 기업들이 많은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국가 별로는 중국(5개), 싱가포르(3개), 영국(2개), 호주(2개) 기업 순으로 많았는데요, 중국은 온라인 중고차 거래 플랫폼 Chenhaoduo(체하오두오)만 미국 상장을 고려하고 있고, 나머지는 모두 홍콩증권거래소(HKEX) 상장을 고려하고 있습니다.
중국판 유니클로로 불린 패스트패션 기업 쉬인(SHEIN)은 해외 IPO를 위해 지난 2022년 본사를 싱가포르로 이전하고 미국 뉴욕 증시 상장을 추진했지만, 미·중 갈등의 여파로 인한 우려로 난항을 겪으면서 영국 런던 증시로 고개를 돌렸고, 현재는 홍콩 동시 상장도 고려 중이라고 합니다.
“In the US, there is a bigger understanding of fintech and tech companies among the investor base” (미국에서는 투자자들이 핀테크와 기술 기업에 대한 이해도가 더 높다)
Sebastian Siemiatkowski, CEO at Klarna
미국이 전부는 아니다: 자국 증시 상장을 고려하는 기업들
저희가 찾은 38개의 후보군 중 17개 기업이 자국 증시 상장을 추진하거나 고려하고 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이 중 12개가 인도 기업으로, 모두 자국 거래소 NSE(National Stock Exchange of India), BSE(Bombay Stock Exchange)에 상장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미-중 갈등 이후 ‘포스트 차이나’로 주목 받으면서 인도 증시에 대한 글로벌 투자자의 관심은 점점 높아지고 있는데요, 흥미로운 점은 많은 인도 스타트업들이 자국 거래소에 상장하기 위해 미국 또는 싱가포르에 소재한 모회사를 본국으로 이전시키는 역플립(Reverse Flip)을 추진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외에도 유럽 최대 이차전지 기업 Northvolt(최근 기업가치 910억 달러), 영국의 챌린저뱅크 Starling Bank(최근 기업가치 270억 달러), 그리고 캐나다 에듀테크 기업 ApplyBoard(최근 기업가치 320억 달러) 등 5개 기업만에 자국 증시에 상장할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다.
물론 저희가 찾은 데이터가 전체 시장을 대변하지는 않지만, 많은 글로벌 테크 기업들이 미국 증시 상장을 노리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미국 증시 vs 자국 증시 : 한국 스타트업의 선택은?
많은 글로벌 기업들이 자국 시장과 미국 증시 사이에서 전략적으로 상장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최근 많은 한국 스타트업들이 글로벌 진출, 그리고 해외자본 유치를 위해 미국 또는 싱가포르로 플립을 추진하는 것과 다르게, 해외에서 본국으로 역플립하는 인도의 사례를 보면 하나의 답이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닙니다. 또, 나스닥 상장 외 일본, 싱가포르 등 다양한 기회는 항상 열려 있습니다.
각 나라의 증시 규모와 잠재적 성장 가능성 등을 고려했을 때, 기업의 전략적 방향과 시장 환경에 따라 최적의 선택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앤디스파트너스는 글로벌 플레이어로 성장 가능한 잠재력과 비전을 가진 스타트업에 많은 관심을 두고 있습니다. 저희가 보유한 글로벌 네트워크와 해외 진출, 그리고 해외 플립을 성공적으로 이끌어본 경험을 바탕으로 국내 스타트업의 든든한 글로벌 파트너가 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