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 년 동안 많은 글로벌 기업들이 자국 주식시장 대신 미국 증시, 특히 나스닥(NASDAQ)을 선택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습니다.
2023년 나스닥에 신규 상장한 기업 중 무려 55%가 해외 기업이었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뉴욕증권거래소(NYSE)도 10년 만에 처음으로 해외 기업 상장 비중이 40%에 육박했죠.
그렇다면, 왜 이렇게 많은 해외 기업들이 미국 증시를 선택하는 걸까요? 이번 글에서는 글로벌 IPO 트렌드와 스타트업들이 나스닥을 선택하는 이유를 하나씩 살펴보려고 합니다.
글로벌 IPO 시장, 어디로 향하고 있을까?
전 세계 IPO 시장의 흐름
2023년 글로벌 IPO 시장은 도전적인 한 해를 보냈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총 1,351건의 IPO가 이루어졌지만, 이는 전년보다 5% 줄어든 수치였습니다. 기업들이 모집한 총 자금도 1,261억 달러로 2022년 대비 32%나 감소했습니다.
고금리 등 여러 경제적 요인으로 인해 투자 심리가 위축되면서 많은 기업들이 IPO 계획을 철회하거나 연기한 것이죠. 실제로 2023년 IPO 철회율은 54%에 달했는데, 이는 지난 2014~2021년의 평균 철회율인 16.5%에 비해 상당히 높은 수치입니다.
미국 증시, 강세를 이어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 증시는 확실히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2024년 8월 말에는 다우지수가 역대 최고 종가를 기록했고, S&P 500 지수도 4개월 연속 상승하며 월간 2.3%의 상승률을 보였죠.
이런 미국 시장의 강세는 글로벌 기업들이 미국 증시에 눈을 돌리게 만드는 중요한 요인이 되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2023년에는 영국의 반도체 설계업체 ARM(NASDAQ: ARM)과 미국판 마켓컬리 Instacart(NASDAQ: CART) 등이 나스닥에 성공적으로 상장했죠.
회복하는 미국 증시, 부진한 아태지역 IPO 시장
지역별로 살펴보면, 미국과 EMEIA(유럽∙중동∙인도∙아프리카) 지역이 글로벌 IPO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반면, 아시아 태평양(APAC) 지역은 상대적으로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2024년 상반기, 미주 지역과 EMEIA 지역의 IPO 건수는 각각 증가했는데요, 특히 미국에서는 IPO 건수가 전년 대비 12% 증가한 86건에 이르고, 조달 금액도 178억 달러로 67%나 증가했습니다.
반면, APAC 지역은 시장 분위기와 투자자 심리 위축으로 인해 IPO 건수와 조달 금액이 각각 43%, 73% 감소했습니다. 특히, 홍콩 주식시장은 4년 연속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고 중국 본토의 IPO 규제 강화도 APAC 지역의 부진에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한때 IPO의 중심지였던 APAC 지역의 점유율은 2024년 상반기 기준으로 20%까지 감소한 반면, 미주와 EMEIA 지역은 뚜렷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글로벌 거래소의 해외 기업 현황
나스닥, 해외 스타트업의 전략적 선택지
나스닥은 해외 스타트업들에게 특히 매력적인 선택지가 되고 있습니다. 2023년 나스닥에서는 전년 대비 14% 증가한 98건의 IPO가 있었고, 이 중 55%(54건)가 해외 기업이었습니다.
아래 그래프에서도 볼 수 있듯이 나스닥에 상장된 해외 기업의 비중은 2018년 14%(436개)에서 2023년 24%(826개)까지 증가했습니다.
다른 거래소의 상황도 살펴보면, 2023년 말 기준, 각국 거래소에 상장된 전체 기업 중 해외 기업의 비중이 싱가포르가 35%로 가장 높았고, NYSE와 나스닥이 각각 24%(563개), 24%(826개)를 차지했습니다.
하지만 싱가포르의 경우 2023년 신규 IPO 건수가 4건에 불과했는데, 거래량이 매우 적고 유동성이 부족해 기업과 투자자 모두를 시장으로 끌어들이지 못하고 있습니다.
참고로 한국 증시에 상장된 외국 기업은 비중이 0.86%에 불과해 대만(8.84%)이나 홍콩(6.94%) 등 다른 아시아 국가들과 비교해도 상당히 낮은 수준입니다.
그렇다면 글로벌 IPO 시장에서 미국 증시, 특히 나스닥을 선택하는 해외 기업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스타트업이 나스닥을 선택하는 이유
1. 높은 유동성과 거래량
나스닥은 높은 유동성과 거래량 덕분에 스타트업들에게 매우 매력적인 시장입니다. 2023년 한 해 동안 나스닥의 거래량은 23조 달러에 달했는데, 이 수치는 전 세계 주식 시장의 약 50%를 차지합니다.
또한, 2024년 3월 기준 나스닥의 시가총액은 약 25조 달러로, 한국 주식 시장 전체 시가총액의 15배에 이르는 엄청난 규모죠. 이렇게 큰 시장에서 거래되는 것만으로도 기업들은 더 큰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는 것이죠.
2. 높은 기업가치 평가
미국 주식시장은 기업의 미래 성장 가능성에 높은 가치를 둡니다. 나스닥의 Chief Economist 인 Phil Mackintosh에 따르면,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 기준으로 미국 시장은 평균 20.6배로 평가받고 있는데, 유럽의 12.8배나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12.6배에 비해 훨씬 높은 수준입니다.
뉴욕증권거래소의 자본 시장 책임자인 Michael Harris에 따르면, 유럽의 포트폴리오 매니저들은 대체로 Generalist인 반면, 미국 시장에는 섹터 전문성을 가진 투자자들이 많습니다. 이로 인해 특정 산업에 대한 깊이 있는 분석이 이루어지며, 이러한 기업들이 더 높은 가치 평가를 받을 가능성이 크다고 합니다.
쿠팡이 뉴욕 증권거래소에 상장했을 때, 한국에서 상장했더라면 100억 달러도 안 될 것이라는 평가가 있었지만, 상장 당시 100조 원까지 평가받았습니다. 스타트업이나 유니콘 기업들에게는 이런 높은 평가가 더 매력적일 수밖에 없겠죠.
3. 유연한 상장 요건
2024년 한국의 기업공개(IPO) 시장 상장 철회가 급증하고 있는데,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할 전망이라고 합니다. 감독당국의 심사 문턱도 높아지고 있죠. 기본적으로 코스닥에 상장하기 위해서는 수익성, 매출액 기준과 시장평가와 성장성 기준을 통과해야 하고, 기술특례 상장의 경우 기술성 평가를 통과해야 합니다.
반면 나스닥은 다른 주요 거래소에 비해 상장 조건이 유연한 편인데요, 당장의 수익성보다 미래의 성장성을 높게 평가하기 때문에 아직 수익을 내지 못한 성장형 기업들에게도 기회를 제공합니다.
올해 나스닥에 상장한 네이버웹툰 북미 법인인 웹툰엔터테인먼트(NASDAQ: WBTN)은 지난해에만 1억 4480만 달러(약 2천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고, 누적 적자는 3억 6330만 달러(약 5천억원)에 달했죠. 물론 상장 요건이 유연한 만큼 부실기업은 신속하게 퇴출될 수 있다는 리스크는 있습니다.
4. 글로벌 인지도 상승과 확장 기회
나스닥에 상장하면 전 세계 투자자들에게 노출되기 때문에 브랜드 가치를 글로벌하게 알릴 수 있는 기회가 됩니다. 특히, 해외 매출 비중이 높거나 국경을 넘나들며 사업을 확장할 수 있는 IT 서비스와 기술 기반 스타트업에게는 나스닥 상장이 더 매력적입니다.
5. 글로벌 자본의 접근성
미국 증시는 전 세계 투자자들에게 개방되어 있어, 기업이 더 다양한 투자자들에게 다가갈 수 있습니다. 이는 자본 조달의 기회를 극대화하고, 다양한 형태의 투자를 유치하는 데 유리합니다.
또한, 기술 중심의 투자자들이 많이 모여 있는 나스닥은 혁신적인 기술과 사업 모델을 가진 기업들에게 더욱 적합한 시장이기도 합니다.
한국의 많은 창업자 분들에게는 나스닥 상장이 아직 막연하고 어렵게 느끼질 수 있습니다. 글로벌 투자자들의 신뢰를 얻기 위해 그만큼 경쟁력 있는 비즈니스 모델과 높은 성장 잠재력을 가지고 있어야 하고, 또 상장 준비와 유지를 위한 비용 부담과 주가와 거래량이 부진하면 퇴출될 리스크도 존재하죠.
물론 나스닥 상장이 쉽지 않지만, 국내 증시 상장보다 훨씬 큰 자금 조달 규모와 높은 기업가치를 인정 받을 수 있고, 또 코스닥 대비 높은 유동성과 유연한 상장 요건 등의 장점도 확실하기 때문에 불가능한 얘기는 아닙니다.
앤디스파트너스는 해외 진출, 나스닥 상장을 꿈꾸는 국내 스타트업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그 여정에 함께하고자 합니다.